꿈 속의 죄책감, 그리고 부모의 무거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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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의 죄책감, 그리고 부모의 무거운 마음
- 한 자폐 아동 부모 인터뷰 내용 中 -
자폐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라면, 전부는 아니지만 한 번쯤은 경험하는 꿈이 있다. 아이가 위험에 처하거나, 심지어 죽는 꿈이다. 깨어난 뒤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죄책감이 마음을 짓누른다. 현실에서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꿈속에서는 나는 죽음을 숨기거나, 때로는 담담히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순간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고, 하루, 이틀 마음이 무겁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했다. 한 번은 아내에게 물었다. “혹시 그런 꿈 꾼 적 있어?” 아내도 고개를 끄덕이며 비슷한 말을 했다. 머리로는 ‘꿈일 뿐’이라고 이해하지만, 마음은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순간의 죄책감은 너무도 생생했고, 아이를 향한 사랑이 깊은 만큼 그 무게는 무겁게 느껴졌다.
아이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과 시선이, 알게 모르게 내 내면 속 두려움과 죄책감으로 스며들어 있었다.
이 꿈에서의 죄책감은 단순히 개인의 무의식만의 문제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에는 여전히 자폐와 발달장애를 향한 차가운 시선이 존재한다. 인터넷에서는 부모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드는 댓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자폐는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는 무책임한 댓글들.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내뱉는 말이지만, 부모에게는 마치 칼날처럼 가슴을 찌른다.
꿈속의 두려움과 죄책감은, 이렇게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회적 압력과 편견이 내면 깊숙이 스며든 흔적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부모의 마음은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때, 희망은 여전히 살아 있다. 치료와 교육, 사회적 지원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부모에게는 삶의 의미가 된다. 아이가 새로운 소리를 내고,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고, 그 작은 성공을 스스로 즐기는 모습을 볼 때, 부모의 가슴 속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정이 차오른다. “내가 없어도 아이가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라는 믿음은 부모에게 위로이자 힘이다.
미래에는 자폐 아동을 위한 획기적 치료법이 등장할 수도 있다. 혹은 AI 로봇이나 보조 장치가 아이들의 일상과 학습을 지원해 줄 수도 있다. 아이가 ‘정상’이라는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인간답게,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희망 아닐까. 이러한 기술과 과학의 발전 또한 부모에게 기대와 설렘을 준다.
더 나아가, 부모의 바람은 단순히 병을 고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회의 편견과 무지가 줄어들고, 장애를 가진 아이와 가족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 그 작은 변화 하나가 부모와 아이에게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
꿈은 우리의 깊은 불안과 두려움을 비춘다. 하지만 그 불안 속에서도 부모는 언제나 아이를 향한 사랑을 품고 있다. 순간의 죄책감조차 결국 그 사랑의 다른 얼굴일 뿐이다. 부모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할 일은 바로 희망을 붙들고,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오늘도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길 위에서, 나는 다시 한 번 희망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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